김명준 <우리 학교>, 2006/134분/DV/컬러

한 해 동안 국내에서 만들어진 다큐멘터리를 총망라하여 소개하는 다큐멘터리 영화제인 인디다큐페스티벌 2006(http://www.sidof.org/)의 개막작으로 <우리 학교>가 상영되는 날, 무대인사에서 김명준 감독은 이 영화를 "학교와 교육에 관한 이야기, 재일조선인의 역사에 관한 이야기이자 분단과 통일에 대한 이야기"라고 소개하였다. 홋카이도 전역에 하나밖에 없는 조선학교인 ‘혹카이도 조선초중고급학교’의 1년을 담고 있는 이 다큐멘터리는 우리에게 낯선 조선학교를 다룬 영화이기 이전에 학교와 교육, 그리고 공동체,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묻게 만드는 영화이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1년 내내 '우리학교'만을 비추면서도, 우리 학교의 담장 너머의 일본사회를 보여주며, 우리에게는 더 이상 화두가 아닌 '민족'과 '분단'에 대해서 생각하게 한다. 그러면서도 <우리학교>는 으레 그렇듯이 "우리의 소원이 통일"임을 강요하지 않는다. 이 영화의 미덕은 우리 학교의 내부 모습을 통해 우리 학교의 바깥을 사유하게 하는 것이며, 민족, 통일, 분단이라는 우리에게는 케케묵은 개념들을 새삼 되물어보게 하는 것이다.

2004년 1월, 거센 눈발과 바람으로 시작되는 <우리 학교>는 또 다시 다가온 겨울을 맞으며 끝난다. 두텁게 쌓인 눈을 헤치고 시작되는 새로운 학기, 새 학기를 준비하는 교원모임과 입학식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해방 직후 재일조선인 1세들이 세운 학교, 그로부터 60여년이 지난 지금 한반도 남쪽 사람들에게는 완전히 잊혀진 조선학교를 볼 수 있다. 아이들은 서툴지만 한국말을 사용하고, 그리고 타지인 일본땅에서 민족성을 지키기 위해 내면 뿐 아니라 외면도 갖춰야 한다는 생각에 추위에도 불구하고 치마 저고리를 갖추어 입는다. 아이들은 자율적으로 학교 규율을 정하고, 우리말 자학습을 실시한다. 통학거리가 먼 학생들은 기숙사 생활을 하며 교사, 친구들과 가족처럼 지낸다. 선생님은 아이들의 간식을 손수 만들고, 아이들은 스스럼없이 선생님에게 함께 읽을 만화책을 건넨다. 학교는 재일동포사회의 핵심적인 축이기도 하다. 그래서 학교의 노래경연대회나 대운동회는 학교의 행사일 뿐 아니라 동포사회의 행사와 축제이다.

여름방학이 되면 교사들은 기숙사에 사는 아이들의 가정을 방문한다. 이 긴 여행은 기숙사에 머무는 아이들의 집을 방문하는 것과 함께 계속 줄어드는 학생들을 인입하기 위한 목적도 크다. 교사들만큼이나 학생들의 방학도 분주하다. 특히나 시합을 준비하는 축구부 아이들의 합숙훈련은 눈물겹다. 축구, 역도, 농구 등 우리 학교의 아이들이 공식 경기에 참석하는 데에는 제한이 있고, 어느 정도 기회가 주어진 것도 동포들의 투쟁으로 90년대 이후에나 가능해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는 다른 일본의 보통학교와 같은 지위를 갖지 못한다. 우리 학교의 아이들은 학교를 졸업해도 졸업자격을 갖지 못하며, 대학수험자격도 주어지지 않는다. 일본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수업자격을 얻기 위한 시험을 따로 치루어야 한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축구시합은 남다르다. 아이들은 무엇보다 동포사회를 위해, 동포들에게 감동과 용기를 주기 위해 이기려고 한다. 그래서 시합에 진 아이들의 눈물과 설움은 비단 아이들만의 것이 아니다. 아이들은 "동포가 있어서, 부모님이 있어서, 우리 학교가 있어서 축구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학교>에는 개성 강한 교사와 성화, 윤택이 남매 등 다양한 등장인물이 존재하지만 단연 주인공은 마지막 1년을 앞두고 있는 고급부 3학년 아이들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고급부 3학년 아이들의 졸업여행과 졸업식을 영화의 중심부에 놓는다. 졸업을 앞둔 고급부 3학년 아이들은 꿈에도 그리던 조국방문을 하게 된다. 대부분이 한국이나 일본이 아닌 '조선' 국적을 지닌 아이들과 재일동포들에게 조국은 북쪽 땅이다. 북한 입국이 허용되지 않은 감독은 아이들의 졸업여행을 따라나서지 못하는 순간, 처음으로 '분단'을 경험한다.

2주간 그토록 그리던 북조선의 땅을 밟고 온 아이들에게 고향 방문은 어떤 경험이었을까?  "일본에 있으면 차별 받지만, 여기서는 모두 같은 민족, 당당하게 우리 저고리입고, 우리 말, 우리 노래 할 수 있는 것이 제일 좋았다"는 아이들은 조선사람인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한다. 그리고 감독은 조심스럽게 되묻는다. "무엇이 조선사람인 것을 그렇게 자랑스럽게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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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만난 아바이를 그리워하는 우리학교의 아이들을 보면서, 월드컵 시즌이 아니면 우리에겐 쓸모없는 '민족'과 동포를 위해 하나로 뭉친 동포사회를 보면서 '당연하지만 한번도 우리에게 직접적인 문제'는 아니었던 통일을 생각하게 된다. 우리의 '민족'과 그들의 '민족', 우리의 대한민국과 그들의 조선, 그들이 민족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체와 신념은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또 다시 긴 겨울이 시작되고, 고급부 3학년은 본격적인 입시준비에 돌입한다. 그리고 눈물의 졸업식. (교장선생님에게 계란을 던지고, 꽃다발과 사진으로 정신없이 마무리되는 우리의 졸업식과는 얼마나 다른가!) 아이들은 다시 돌아와 이곳을 지키고 싶다고 말하고, 또 어떤 아이들은 평등한, 위계가 없는 평화를 꿈꾼다. 그리고 영화를 완성한 감독은 어서 빨리 우리 학교의 선생님과 아이들과 이 영화를 볼 수 있는 날을 고대한다.

마지막에 날아든 신경화 선생님의 편지, 그리고 감독의 나레이션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우리학교>는 1년이라는 시간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감독이 우리학교에 대해 갖고 있는 기억, 그리고 우리학교의 선생님과 아이들을 만나면서 해온 생각, 그리고 그들과 맺었던 돈독한 관계를 잘 보여주는 영화이다. 카메라를 든 감독을 "명준형님"이라고 부르며 편안하게 이야기하는 학생들의 모습이나 웃음이 번지게 만드는 훈훈하고 재미난 장면들은 그런 것들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학교라는 공간, 그것이 갖는 또 다른 의미와 가능성을 상상하게 하는 것도 이 영화를 보는 즐거움이다. 자율적인 아이들, 교사와 학생의 친밀한 관계는 우리학교가 적은 학생수와 작은 규모로 운영되는 탓도 있지만, 의무적으로 혹은 입시를 위해 강압적으로 다니는 곳이 아니라 공동체로서의 결속을 다지고, 같은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곳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래에 인디다큐페스티발 2006 오픈마켓_개시開市 자료집에 실린 영화의 소개글(특히 교사분들을 위한 소개글)을 덧붙인다. <우리학교>는 내년 초 극장에서 개봉할 계획이지만, 아래에서 보시는 것처럼 '작은 상영'을 통해서 보다 빨리 만날 수 있다. 어떤 말과 설명으로도 온전히 담아낼 수 있는 영화 <우리학교>의 힘을 학생들과, 친구들과,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느껴보고 또 생각하고 싶으신 분들은 blog.naver.com/ourschool06으로 문의하면 된다.


<우리학교> 인디다큐페스티발 2006 오픈마켓_개시開市 자료집 중

<우리학교>는 다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영화입니다. 학교와 교육에 관련된 이야기(올바른 교육이란 무엇인가? 교사와 학생과의 관계란? 등)이면서, 재일조선인의 역사에 관한 이야기이고, 분단과 통일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학원영화의 장르로 보아도 무방한 영화이면서, 많은 주인공들의 캐릭터가 하나하나 묻어나는, 그래서 극영화적인 느낌을 주는 다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우리학교>의 미덕은 훗카이도 조선초중고급학교에 다니는 학생들, 그리고 교사들과 김명준 감독과의 관계에서 묻어나는 정겨움에 있습니다. 4년동안 학교에서 머물면서 김명준 감독과 <우리학교>의 구성원들이 하나의 공동체로서 생활하고 있었음을 여러분들은 화면을 통해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다큐멘터리 감독과 촬영대상과의 <관계>에 관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영상미디어>교육의 현장에서도 쓰일 수 있는 작품이라고 감히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학교>는 처음부터 극장, 비극장 동시상영을 목표로 제작된 영화입니다. anamorphic 24P로 촬영을 했으며, 16:9로 완성된 영화입니다. <촬영감독>출신인 연출자답게 독립다큐멘터리에서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화면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하지만 <우리학교>는 작은 상영을 지향합니다. 특히 공동체상영의 경우가 더더욱 그러합니다. 여타 행사의 일환으로 상영되는 것도 반대하며, 상영기획자(영화를 미리 보고, 주된 관객을 설정하면서, 무엇을 소통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을 이렇게 부르고 싶습니다.)가 없이 제안되는 대규모 상영회는 더더욱 반대합니다. 집도 좋고, 회의실도 좋고, 강의실도 좋고, 그 어떤 공간도 좋습니다. <교육>에 대해서,<영화>에 대해서,<분단과 통일>에 대해서 고민하시는 분들이 제안하시는 것이라면, 아무런 조건 없이 상영하고 싶습니다. 교통비와 밥값만 부담해 주시면 전국 어디든지 달려가겠습니다. 기타 자세한 문의는 blog.naver.com/ourschool06으로 문의하시면 됩니다.

<우리학교> 네이버 블로그 http://blog.naver.com/ourschool06?Redirect=Log&logNo=140031546852

20061116_민들레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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