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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는 순간들이 있다"

'영원히 흐르지 않았으면 하고 바랐던 생의 한 순간, 꿈 속의 한 순간´

그런 꿈을 꿀 때가 있다. 깨어나서도 한참동안이나 그 느낌과 촉감이 생생한,
그래서 하루종일 좀처럼 털어내버릴 수 없는 꿈, 언제나 제발 깨어나지 않았으면,
영원히 흘러가 버리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는 바로 그 순간에 무참히 깨어져 현실로 돌아오고야 마는 꿈.
아주 오랫동안, 그런 꿈속의 평화와 기쁨의 순간들이 현실에서도 이루어지길 기다렸던 것 같다.
꿈속에서 느꼈던 완벽한 평온함과 따스한 행복함의 순간이 언젠가 현실에서도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간절히 바라고 기다린다면 언젠가 다시 찾아올 것이라고 정말 굳건히도 믿었던 것 같다.
서서히 기다림에 지쳐 그 바람이 얼마나 무모하고 어리석었는지를 스스로에게 납득시키게 되었을 때쯤,
나 역시 회색빛 도시의 고층 빌딩에서 그저 그런 일상에 파묻혀 사는 남우처럼, 어른이 되었을 것이다.

- 2002년 1월 <마리이야기>를 보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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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처럼 글이 잘 써지지 않는다.
하루종일 텔레비전 앞을 어슬렁거리고, 커피를 몇 잔씩이나 마시고, 침대 위에서 뒹굴거리고, 예전에 써놓은 글들을 뒤적거리다가.
이번에 논문을 쓰기 위해 몇 년간 읽었던 글들, 썼던 글들, 메모해두었던 것들을 다 들추어내면서, 혹은 새록새록 끄집어내면서
잊고 있었는데, 다 써먹을 데가 있구나 신기해하고 있다.
그래서 '논문을 쓴다는 것'이 그냥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툭!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어딘가에서 얼렁뚱땅 짠~ 하고 나타나는 것이 아니란 것을 실감하고 있다.
결국, 명쾌해지지 않았고, 불확실하고 불투명했을 뿐 내 머릿속과 마음속에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이거였구나.
몇 년 동안 구체적으로 풀어낼 길을 찾지 못한 채 여기 저기 쌓여있었을 뿐이구나.

몇 년전부터 논문을 빨리 쓰지 않는다고, 어떤 주제를 생각하고 있고, 무엇을 쓰고 싶은지 알려주지 않는다고
그는 몹시도 서운해 했었는데...
그 때는 나도 잘 몰랐다. 분명, 뭔가 있었는데 그걸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지,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나도 잘 몰랐다.

지금은, 어떤 것으로부터 이걸 풀어낼 수 있을지 이제서야 간신히 실마리를 잡은 정도이다.
그렇게 행운처럼, 섬광처럼 내 안에 똘똘 뭉쳐있었던 것들을 바깥으로 끄집어내 줄 실마리가 되어준 것이 <이반검열>이라는 다큐멘터리이다.
그 실마리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명확한데, 이걸 끄집어내서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가 막막하다.
이 막막함을 나누고,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정작 지금은 없구나!

그래도 내가 몇 년간 아주 조금씩, 희미하게 고민해오던 것을 쓸 수 있고, 쓰려고 한다는 것이 기쁘다.
지난 몇 년간 내가 살아온 시간의 일부를, 삶의 일부를 정리하고 풀어낼 수 있어서,
그냥 '논문'이 아니라, 정말 나에게 묻고, 답하고, 나와 대화하는 작업으로서의 논문쓰기가 될 수 있겠다 싶어서
뿌듯하기도 하고, 손끝이 떨릴 정도로 초조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고.
그만큼 한 편에서는 '정말 잘 쓰고 싶다' '내 스스로 실망하지 않는 글을 쓰고 싶다' 자꾸만 자꾸만 욕심이 커지기도 하고.

그런데 정작 이 초조한 시간 속에서 나는, 내 마음은 자꾸 무모하고 어리석은 꿈 속으로 도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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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1/04 01: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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