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마지막 주.
대구 팔공산으로 워크숍을 다녀왔다.
1박 2일, 미디어에 필꽂힌 그녀들의 열정과 에너지가 흘러넘쳤다.
그녀들의 열정이 부럽고, 이쁘다는 마음 한편으로
나는 이제 그만 쉬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시간에 맞추어 출근하는 것이나, 퇴근 시간까지 집에 갈 순간만을 기다리는 것이 힘들다.
이제 3년하고도 8개월.
퇴근 시간이 되기도 전에 집안일이나 급하게 생긴 술자리를 빌어 사무실을 빠져나가는 선배나,
사무실에 나와 회의시간이 아니면 후배나 동료들에게 말 한 마디 건네지 않는 선배들이
참으로 나이브하다고, 무심하다고, 불성실하다고 생각했다.
그들의 불성실함 혹은 무심함을 견딜 수가 없었다.
요즘은 그들이 지나왔을 그 시간들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외롭고 지루했을 시간들을 그들은 어떻게 버티어왔을까,
왜 나는 그들이 통과해 온 그 시간과 그 때의 태도를 미워하기만 했을까, 견딜 수 없어 했을까.
이미 지나간 시간들이지만 안쓰럽고, 미안한 마음.
사무실에 출근해 옆에 앉은 동료와 말 한 마디 나누기도 쉽지 않은 요즘의 나도 그런 모습일까?
20분, 30분이라도 조금 일찍 사무실을 뛰쳐나오고 싶어 안달하는 내 모습도 다른 사람들에게는 견딜 수 없는 일일까?
'그래도 어쩔 수 없지', 라는 마음보다는 '넌 요즘 어떠니?' 먼저 묻고 답할 수 있는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 뭔가 달라져야지. 어떤 반응이 오든 그게 두려워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건 아니지, 라고 생각하면서 지금은 사람들의 시선을 피한 채, 그저 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중.
매년 이맘 때쯤이면 고비를 맞기는 했지만,
그냥 묵묵히 일을 하고, 이 시간이 별 탈 없이 지나가기를 기다리기보다는
무언가 다른 것을 꿈꾸고, 다른 세상과 다른 시간을 상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삶의 또 다른 단락을 준비하거나 고리를 만들기.


댓글을 달아 주세요
참 라이프 사이클이 비슷한 거 같단 말야...ㅋㅋ
나도 요새 딱 요 느낌인데..히히~
뭉텅이는 아닌데, 자잘하게 우울한 일들이 주변에 좀
많네. 암튼 힘 내자. 담주에 꼭 만나고...^^
응, 만나서 얼굴보며 나누는 수다가 큰 힘이 된다오!
무엇보다 이런 고비를 알아주는 언니가 큰 힘이 되고..^^
멀리 이탈리아에서 안부 묻는다.
"요즘 어떠니?" ^^
내게 묻는다면
"밥심으로 산다. 밥 잘 먹자!"
일하기 싫어 몸이 근질거리는걸 빼면 잘 지내죠!
삼겹살에, 생애 최초로 손수 담근 김치에 좋아보여요..^^
저도 혼자서 가끔씩 구워먹는 삼겹살에 소주에 밥심으로 잘 지내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