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비평이 아니라 리뷰'라고 생각하고 글을 쓰려니,
이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영화를 소개하는, 따라서 영화를 보고 싶도록 하는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하니,
마음도 딱딱하게 굳어버리고, 그 만큼 딱딱한 리뷰가 쓰여졌다.
리뷰를 써놓고 보니 블로그나 보도자료에 포함된 그 이상의 무엇인가가 내 리뷰엔 없었다.
그만큼 감독의 의도가 분명해서이기도 하겠지만, 마음의 선을 그어버린 글을 쓴 것 같아
미안했다. (누구에게?)
리뷰에는 쓰지 못했지만 조금 아쉬움이 남는 다큐멘터리였다.
10여년이 넘는 송신도 할머니와 지원모임의 기록 촬영 테잎을 가지고 작업을 한 제한조건도 있었겠지만, 그리고 내가 모르는 이런 저런 이유들이 있었던 것이겠지만,
나는 좀더 송신도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사람들 앞에 선 할머니의 모습이 아니라, 정말 할머니가 느낀 것, 변했다고 생각한 것을
그녀의 모습과 그녀의 목소리를 통해 좀더 분명하게 듣고 싶었다.
하지만 그건 지원모임의 인터뷰나 내레이션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서 지민의 황보출 할머니가 떠올랐다.
빨갛고 노란 그녀,를 보는 사람들이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건 특별한 재능과 애정이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당하고 유머러스한 송신도 할머니는 충분히 매력적인 인물.
그리고 길고 긴 싸움에도 지치지 않는, 지지 않는 마음도.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 REVIEW
안해룡, 2007, 95min
'재일 조선인 위안부 송신도의 투쟁'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안해룡 감독의 다큐멘터리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일본군 위안부의 문제를 다룬다. 일본에 생존해 있는 위안부 피해자인 송신도 할머니와 '재일 위안부 재판을 지원하는 모임’을 주인공으로 하는 이 다큐멘터리는 19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위안부 신고전화를 통해 알게 된 송신도 할머니의 증언 취재로 시작된 송신도 할머니와 지원 모임의 관계는 일본 정부의 사죄를 요구하는 재판과 강연, 대담, 농성, 시위에의 참여 등 활발한 활동과 투쟁을 통해 끈끈해진다. 다큐멘터리의 제목을 통해 추측할 수 있는 것처럼 이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는 송신도 할머니의 이 말처럼 이 싸움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언제까지나 녹슬지 않을 것이다.
사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우리에게 무척이나 익숙하게 느껴지는 주제이다. 변영주 감독의 <낮은 목소리> 3부작을 통해 우리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의 고통스러운 몸과 기억을 목격했고, ‘나눔의 집’에서 그녀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보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비단 <낮은 목소리> 뿐 아니라 여러 매체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역사적 진실로 입증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아직도 공식적으로 사과를 하지 않았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가 벌써 850차를 넘어섰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낯선 일이다.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아직도 끈질긴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싸움에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에 주목하고 이를 관객들에게 상기시키는 영화이다.
변영주 감독이 <낮은 목소리> 3부작을 통해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는 손녀처럼 각기 다른 몇 명의 일본군 위안부 여성의 삶의 궤적을 따라갔다면,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는 송신도 할머니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싸움과 투쟁이 무엇을 남겼는지, 지금 우리에게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계속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열여섯 살에 중국 무창에 끌려가 위안부 생활을 했던 할머니의 피해 증언보다는 '재일 위안부 재판을 지원하는 모임'과 송신도 할머니의 만남, 그리고 집회나 강의 등 피해 체험을 나누는 과정을 통해 송신도 할머니가 어떠한 변화를 겪었는지, 할머니와 지원 모임의 관계는 어떻게 변화해가고 있는지에 더 애정어린 시선을 쏟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주인공인 송신도 할머니 역시 전쟁의 피해자이기보다는 거침없고 당당한 말투와 쾌활하고 유머러스한, 그러면서도 솔직하고 거침없는 성품을 가진 여성으로 그려진다. 재판에 패한 후 침울해진 집회장의 분위기를 살려내는 힘찬 발언이나, “바보 같은 전쟁은 두 번 다시 하지 마라!”는 따끔한 외침, 무대 위에서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는 매력적인 할머니의 모습은 그녀가 가진 당당함과 웃음을 보여준다. 물론 여기에는 과거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역사적 증언으로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고 사람들에게 이해받으면서 상처를 치유해나가는 시간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송신도 할머니는 피해 체험을 토로하고 믿어주는 사람을 만나면서 상처를 회복해나가고, 끝까지 함께 싸운다는 각오를 나누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지원 모임과도 조금씩 신뢰관계를 쌓아간다.
일본의 시민단체와 개인 670여명의 자발적인 모금과 참여로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가 만들어진 것을 보면 송신도 할머니의 목소리는 일본 사람들에게도 적지 않은 울림을 주었음에 틀림없다. 완성된 다큐멘터리는 2007년 8월, 도쿄에서 첫 상영회를 열었고 작년까지 80여 차례가 넘는 상영이 일본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영화 배우 문소리가 내레이션을 맡았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