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낭소리>의 흥행에 비해 정작 작품에 대한 평가와 토론은 별로 없어서 그랬는데, 모처럼 보게 된 비판적 리뷰. 밑에 달린 댓글을 보니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 <워낭소리>를 보며, 아니 <워낭소리>가 관객들에게 발휘하는 막강한 힘을 실감하며, IMF 시기에 개봉했던 <집으로>를 떠올리는 건 나뿐만은 아닐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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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뉴스 리뷰&칼럼
마음의 고향, 그것뿐이다 <워낭소리>가 불편했던 이유

2009-02-09 오전 10:57:21              
[강성률 _ 영화평론가, 광운대 교수]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영화 <워낭소리>는 이제는 사라진 과거의 모습에 카메라 초점을 맞추어 외국인과 한국의 도시인이 보고 싶은 한국의 이미지를 그려냄으로써 정서적 감흥을 일으킨다.

<워낭소리>가 독립영화사상 최초로 관객 10만 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이번 주말은 예매율 1위라는 기염을 토하면서 조만간 2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독립영화사상 최초로 1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사실, 조만간 20만 명을 돌파할 것이라는 예상 그 자체도 놀랍지만, 요즘처럼 한국영화가 위기를 맞고 있는 시기에, 웬만한 상업영화도 흥행에 참패하고 마는데 독립영화가 이런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을 수 없다.

<워낭소리>가 이처럼 큰 흥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가?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아무래도 관객들이 편하게 볼 수 있는 소재적 차원에서 먼저 접근해야 할 것 같다. 30년이나 인생의 동반자였던 할아버지와 소의 관계를 통해 인생이라는 성찰의 문제를 이끌어내고,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화면에 담아냄으로서 팍팍한 일상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게 해준다. 소외된 듯한 할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잔잔한 재미를 느끼기도 하고, 소의 죽음을 대하면서 막막한 슬픔을 경험하기도 한다. 그러니까 관객들은 이 영화를 보면서 인생과 삶, 자연 등에 대해 편안하게 생각할 수 있게 된다.

<워낭소리>의 영화적 완성도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이 다큐를 보면서 내가 놀란 것은 감독의 연출력이었다. 이 영화에는 감독의 내레이션이 없다. 주인공인 할아버지도 말씀이 거의 없으시다. 그렇다고 소가 말을 하겠는가? 단지 할아버지에 대한 불평을 늘여놓으시는 할머니의 독백만이 영화 속에 살아있을 뿐이다. 결국 이 영화는 소와 할아버지의 관계를 별다른 설명 없이 화면만으로 이끌고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루하지 않거나 불명확하지도 않다. 이런 솜씨는 아무나 가진 게 아니다 장담컨대 이충렬 감독은 탄탄한 영화적 실력을 지니고 있는 감독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보고나서 그리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영화 속에 내장되어 있는 정서적 울림에 깊이 동감했으면서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 영화를 보자마자 어느 정도 흥행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이유는 간단한다. 지금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부분을 적절하게 건드리게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적절하게’ 건드린다는 것이다. 이 영화는 소를 지극히 사랑하는 할아버지와 소에 대한 이야기이다. 40살이나 된 소는 죽을 나이이고 할아버지는 노년에 접어들었다. 둘 다 인생의 황혼기인 것이다. 그런 할아버지는 아직도 쇠죽을 끓여 소에게 먹이고, 소 달구지를 타고 읍내에 나가고, 소꼴을 베기 위해 농약을 치지 않는다. 논이나 밭에서 일을 할 때도 소의 도움을 받는다.

이런 풍경은 지금 현재 농촌의 풍경이 아니라 몇 십 년 전 과거의 농촌의 모습이다. 요즘 농촌에서는 기계화되어 이런 일소를 기르지 않는다. 영화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일소를 구하기는 참으로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은 굳이, 이제는 사라진 풍경을 영화 속에, 그것도 사계절의 순환 속에 녹여낸다. 때문에 이 영화를 보는 이들은 참으로 편안하게 이 영화를 보게 된다. 왜냐고? 머리 아프게 만드는 현실적 문제가 이 영화에는 빠져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사라진 마음속의 풍경이 영화 속에 녹아있기 때문에, 관객들은 부모님 세대나 할아버지 세대를 생각하면서 편안히 영화 속에 빠져들게 된다.

이 영화가 해외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외국인들이 보고 싶은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이 영화에 그려진 것과 비슷한 것이다. 마치 <북극의 나누크>를 만들었던 로버트 플래허티나, 과거의 중국을 빨간 색의 풍광 속에 담아냈던 초기의 장이머우와 마찬가지라고 할까. 이제는 사라진 과거의 모습에 카메라 초점을 맞추어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정서적 감흥을 일으키는 방법말이다. 이런 방법을 통해 관객들의 호기심도 채워주고, 새로운 구경거리도 제공한다. <워낭소리>는 외국인이, 그리고 한국의 도시인들이 보고 싶은 한국의 이미지를 적절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러므로 이 영화에는 농촌의 현실에 대한 묘사가 없다. 미국 소 수입을 반대하는 집회장 앞으로 할아버지와 소가 지나갈 때 현실을 환기하기보다는 웃음이 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할아버지의 모습, 포근한 마음속 고향의 느낌에 심정적으로 동조하지 않을 수 있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관객들이 쉽게 영화 속에 빠져들도록 감독은 극영화의 편집 체계를 사용하고, 사계절의 순환 속에 사건을 재배치했다. 때문에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온 가족이 모두 앉아 편하게 볼 수 있는, 프라임 시간대의 TV 다큐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토록 평안한 다큐라는 말이다.

그래서일까. 이 영화를 보면서 고영재 PD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그가 프로듀서한 <우리 학교>, <농민가>, <워낭소리> 사이의 관계가 쉽게 다가오지 않았다. 기본적으로는 인간의 문제에 집중적으로 다가갔지만, <우리 학교>는 조총련의 현실적 문제에, <농민가>는 한미 FTA와 몰락하는 농민의 현실적 문제에 깊이 다가간 반면 <워낭소리>는 현실적 고민이 거의 증발되었다.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소재로 두 편의 영화를 프로듀싱했지만, 정치적으로는 거의 정반대적인 입장을 담고 있는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워낭소리>와 <농민가>를 같은 사람이 프로듀싱했다는 것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정치적, 경제적으로 점점 더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그래서 독립영화인들이 <불타는 필름의 연대기2>를 만들자고 의견을 모으고 있는 지금, 한독협 사무총장이 프로듀싱한, 매우 비정치적인 성향의 영화와 쉽게 매치가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오랜만에 독립 다큐가 워낙 큰 흥행을 하니 별 생각이 다 든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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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기잉 2009/02/11 02: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난 언니가 적은 줄 알고
    우와 언니 부지런하다고 생각했음 ㅎ

    워낭소리 하고 싶은 이야기가 한 가지 있는뎅...쩝!

  2. 햄톨 2009/02/11 13: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ㅋ 실망시켜 미안.
    사실 <워낭소리>에 대한 비공개 포스트가 하나 있긴 한데,
    <워낭소리> 보다가 중반 부분부터 졸아서 다시 보고 리뷰를 쓸 생각.
    깅의 하고 싶은 이야기 궁금!

    • 기잉 2009/02/11 14: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나도 다시 한 번 봐야할 듯 한데...
      이거 워낭소리 리뷰쓰는 워크숍 한 번 가져야 할 것 같은데요. 다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듯.ㅎ

  3. siwa 2009/02/13 00: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음 전 아직 안봤는데
    이상스럽게 댕기지 않는 영화였어용 ㅎㅎ
    제목과 이미지부터가 모 좀...

    얼마 전에 저 다큐 모니터 좀 부탁할려고 전화했었는데 ^^;
    시간날때 함 봐요~

    • BlogIcon 햄톨 2009/02/13 16:36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아, 드뎌 완성했군요! 모니터 원츄에요.
      <워낭소리> 한번 보고 같이 이야기해요.
      ACT! 편집위원회에서도 같이 보고 좌담회를 할 생각.
      3월호 ACT!를 주목해주세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