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앨리 / 김동령
2008ⅠDocumentaryⅠColorⅠDVⅠ90min

아메리칸 앨리 / 김동령

분명 한국이라는 공간에 위치하고 있음에도 동두천이라는 지역은, 우리에게는 낯설고 소외된 곳이다. 기지촌으로 알려진 동두천 보산동 미군클럽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한국여성에서 필리핀, 러시아 등 이주여성으로 바뀌면서, 이곳은 '아메리칸 앨리 American Alley’라는 이름으로 불리운다. <아메리칸 앨리>는 이주노동, 낙태, 미군과의 결혼, 강제추방, 출산 등 이주와 성매매라는 복합적인 문제를 이곳에 살고 있는 그녀들의 삶의 공간과 목소리를 통해 보여준다. 러시아에서 온 마리아, 나스챠, 율리아, 레베카, 필리핀에서 온 에덜린 등 이 영화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한국에 와서 미군을 만나 결혼을 하고, 혹은 이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강제추방을 당하고, 성폭행을 피해 이곳을 떠나거나, 아이를 지키기 위해 본국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현재의 그녀들과 함께, 언제 이곳에 들어왔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는, 여든이 훌쩍 넘은 한국 여성 K 역시 동두천에서 살아가고, 동두천에서 생을 마감하는 또 한 명의 여성이다.

<아메리칸 앨리>는 '기지촌'이라고 하면 떠올리게 되는 어떤 고정된 이미지나 성매매가 갖고 있는 사회적 문제를 파헤치는 대신, 이곳에 여전히 살고 있고, 꿈을 꾸고, 선택을 하면서 자신의 삶을 끌어가고 있는 기지촌 여성들 한 명 한 명을 담아낸다. 감독은 자신의 직접적인 목소리나 내레이션으로 '기지촌 여성'을 그려내거나 일반화하기보다는 그녀들 자신의 목소리를 통해 그녀들의 삶을 이야기하고, 그 목소리를 귀기울일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동두천에서 두레방(기지촌여성 지원센터) 지원활동 등을 하면서 기지촌 이주여성들과 4년여에 걸쳐 관계를 맺어온 감독의 경험과 시선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기지촌 여성에 대한 동정적 시선이나 그녀들에 대한 감상에 머물지 않으면서, 객관적인 거리두기나 관찰에 그치지 않는 감독의 시선은 이 영화가 갖고 있는 미덕일 것이다.

<아메리칸 앨리>가 보여주는 동두천의 낯선 공간, 그리고 40여년이 넘는 시간동안 기지촌에서 살며 이곳에서 생을 마감하는 한국 여성 K, 한국과 미국, 러시아, 필리핀을 오가는 이주여성의 모습은 ‘이주’와 ‘성매매’, ‘이주의 여성화’와 ‘여성의 빈곤화’라는 사회구조적 조건과 긴장에 대해서 곱씹어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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