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대로라면, 지금은 제주도에 있어야 하지만, 남부지방에 내린다는 폭우 일기예보 덕에 나는 지금 여기 있다.
오노 요코와 일중독 벗어나기와 내 안의 빨강머리 앤까지 주문하고,
제주도 여행을 기다렸건만...  해야 할 일들은 어찌나 많았는지.

모처럼, 대충 끝낼 것은 끝내고, 적당히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1박 2일의 짧은 여행을 준비한다. 책 두 권, MP3만 달랑 들고, 가볍게 다녀와야지.

아이를 안고 다니는 젊은 아버지와 그들 옆에 서있는 가족을 보면, 참 대단하구나 싶어진다.
언니가 결혼을 하는 걸 보면서, 그 이후로 줄곧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고 애들을 낳아 기르는 것이
제일 편안하고 쉬운 선택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그렇지 않다.
그건 나름의 용기와 인내와 엄청난 애정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 혹은 일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을 쭈욱 둘러보고 나의 주변을 살펴보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사는 사람들보다 (어떤 이유에서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조금 더 많은 것 같다.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아 키우는 사람들,
그러면서도 뭐랄까, 아 저렇게 살고 싶다, 고 느끼게 만드는 사람을 만나는 건, 아주 희귀한 일이다. 드문 일이다.
그래서 아이들을 안고 다니는 아빠들을 보면 자꾸 시선이 간다.

5년 전, 나는 서른 살인 선아언니에게 서른살이 되어도 삶이 이렇게 막막하고 불투명한거냐고 물었었는데.
이제 스물여섯의 그녀들이 내게 묻는다. 서른이 넘어도 스물 여섯처럼 힘이 드냐고.
그리고 나의 대답도, 선아언니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며칠 비가 오더니, 갑자기 목련이랑 개나리랑 눈에 뜨일 정도로 제 빛깔을 내기 시작한다.
이렇게 또 봄이 오고 있는거다. 그리고 나는 아니 우리는 스물여섯살이건 서른 한살이건 똑같이 막막하게 봄을 맞고 있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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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강양 2008/04/27 22: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거 말야, 마흔이 되어도 똑 같다는 거^^ 문제는 마흔이 되어도 오십이 되면 똑같을까 의심을 품는다는 거지. 정답은 없지만 그래도 평생 반복될 의심을 버리고, 당장 하고 싶은 걸 선택해 달려나가는 게 아닐까 싶어. 어짜피 막막할 거라면 어쩌겠어ㅋ ...이런 훌륭한 보금자리가 있는 걸 오늘에야 알았음. 원래 잡지나 신문을 뒤부터 보는 습관이 있는지라 뒤쪽 아무데나 눌렀는데 이글이 보여서 말이지^^ 가끔 지중해 날씨 전할께. 현재 지중해, 무지 화창!

  2. 햄톨 2008/10/04 20: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아. 강양의 글 이제서야 봤어요^^
    거의 6개월 뒤에 다는 댓글이라니... 요즘 지중해 날씨는 어때요?
    마흔이 되어서, 오십이 되어도 똑같다니.. 우린 영영 안 늙는걸까요? 아니 철이 안 드는걸까? 움. 평생 반복될 의심을 버리고, 당장 하고 싶은 걸 향해 달려가기! 요즘 좀 멍해있었는데, 강양의 댓글을 읽으니 정신이 번쩍! 감사해요. 보고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