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네집

珈琲時光 2007/04/12 00:36
 
엄마가 인터넷의 바다에 푹 빠졌다.
일주일에 세 번씩 컴퓨터 교육을 받으러 다니는 엄마는, 내가 사준 컴퓨터 앞을 떠나질 않는다.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며, 배울 것이 너무 많다며, 이건 어떻게 해야 되는거냐고 엄마는 계속 내 이름을 부른다.
누군가의 블로그에서 사진을 퍼다가 교회 홈페이지와 엄마의 블로그(그새 블로그를 만든거다!)에 스크랩을 하고,
누군가의 홈페이지에 올려진 이문세의 노래를 큰 소리로 따라부른다.

그야말로 엄마는 새로운 세상을 만난 것 같다.

몇 년 전,
엄마와 심하게 다투고 나오면서 내게는 있는 언어들과 소통의 수단이 엄마에게는 없다는 것이 마음에 걸려서
언젠가 엄마에게 컴퓨터와 블로그를 알려주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엄마는 지금 혼자 힘으로도, 그리고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새로운 세상을 접하고 있다.
엄마가 자꾸 예쁜 봄꽃 사진을 스크랩하고, 저장해두는 것을 보면, 엄마 역시 봄맞이 여행을 간절히 원하고 있는 것 같다.
엄마는 요즘 관절 때문에, 참으로 오랜만에 집에만 있다. 나가서 일도 하고, 돈도 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엄마에게
이렇게 계속 집에 있어야 하는 건 갑갑한 일이다.

엄마에게 "엄마네집"(엄마는 자기만의 블로그에서도 여전히 '엄마'이다.)이 생겨서 좋다.
엄마네집에서 엄마의 다른 모습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엄마만의 공간이 생겨서, 엄마가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

언젠가 나도 엄마에게 내 '바람흔적미술관'을 보여줄 수 있을까?

트랙백 주소 :: http://www.hemtory.net/trackback/40

  1. Subject: 엄마들

    Tracked from 혼자갖는 茶 시간을 위하여 2007/04/12 09:41  삭제

    <font style ='font-size: 10pt; font-family: 994265_10;'><P>다른 듯하면서도 기본적으로 무척 비슷한 감성과 내면을 지닌 그녀와 나. </P> <P>가난하지만 미워하지 못하는 가족에 대한 애증 또한 마찬가지이다. </P></font>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BlogIcon 유진 2007/04/12 09: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눈물난다. 요새 기분이 우울해서인지 아니면 너희 어머님이 언제나처럼 우리 엄마와 겹쳐 보여서인지...ㅜ.ㅜ
    감동적이기도 하고.
    우리 엄마도 문자 메시지 배우는 것을 보면 참으로 뭐든 빨리 익히고 머리 좋은 분인데 컴퓨터도 가능하실런지.
    너와는 달리 난 엄마와 '무척 멀리' 떨어져 지내니까 그때그때 가르쳐드릴 수 없다는 게 아쉽네.

    너의, 나의 어머니들 화이팅!!
    엄마네집의 주소 좀 알려줘. 나도 들어가서 바람 같은 흔적이라도 남길 테닷. :-)

    • BlogIcon 햄톨이 2007/04/12 17:58  댓글주소  수정/삭제

      ㅋㅋ 응, 알았어. 내 조만간 알아내서 갈쳐줄게. 요즘 너무 up!되어있음. 언니네 엄마께서도 잘 하실거여. 사진도 올리시고..^^ 강추강추!

    • BlogIcon 햄톨이 2007/04/14 22:50  댓글주소  수정/삭제

      어, 트랙백 글 존재하지 않는 포스트라네. 비공개라서 그런 것일까? 흑흑, 궁금궁금.. 이럴 땐 댓글 정도밖에 남길 수 없는 블로그가 무척이나 아쉽다는....--;;

  2. BlogIcon 유진 2007/04/16 14: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ㅋㅋㅋ
    트랙백 기능이 좀 이상하더라궁. ㅎㅎ
    내가 일단 비공개로 작성하다가 공개하려고 했다가 그냥 내 블로그에서 삭제하고..
    여기 트랙백 주소도 삭제하려했는데, 에러가 나면서 안 되더라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