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7시가 넘어도  너무 환하다. 대낮처럼 밝은 시간에 퇴근을 하는 건 아무래도 아직 익숙치 않다.
낮에 있었던 일도 그렇고, 벌건 퇴근 시간도 그렇고, 사무실의 안 좋은 공기 탓인지 지끈 지끈 아픈 머리도 그렇고,
뭔가를 하기엔 귀찮고, 그렇다고 집에 돌아가는 것도 내키지 않아, 마침 있었던 회식 자리에 마지못해 따라나섰으나...
사람들의 이야기도, 웃음도, 농담도 그저 시들하기만 했다.
시무룩한 나를 배려해 술잔을 권하기도 하고, 이야기를 권하기도 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괜히 냉소적인 농담과 삐딱한 반응만을 늘어놓았다.

버스를 타고 오면서 어디선가 아카시아꽃 향기가 났던 것도 같은데,
정류장에 내려 걸으면서 아무리 코를 킁킁거려봐도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피곤한 생선들이 마지못해 헤엄을 치는 횟집 앞을 지날 때의 비릿함, 골목 길가에 죽 늘어선 치킨, 호프집들에서 흘러나오는 기름 냄새,
언제 생겼는지 새 간판을 단장한 24시간 감자탕집에서 삐져나온 감자탕 냄새,
트럭을 세워놓고 마지막 떨이로 진열된 5천원짜리 봉지에서 새어나온 참외 향.
분명 이맘때쯤이면 아카시아향이 났던 것 같은데, 이상하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 또 길을 잃었다.
사람들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어떤 이유에서 이 일을 하는 것일까? 내가 하는 건, 남들이 하는 것과 얼마나 다를까?
모두들 우매한 것인지, 어리석은 것인지, 귀찮은 것인지, 알면서도 모른 체 하는 것인지, 오만한 것인지...

몇 년 후, 몇 십년 후를 내다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면.
혹은 이런 고민들을 더 빨리, 더 좋은 방법으로 사람들과 나누고 이야기할 수 있는 부지런함과 섬세함, 예리함을 갖고 있다면.

지난 주를 기점으로 한층 기분이 UP!되었다가 다시 우울 모드로 돌아서는 것 같지만,
무엇보다 이곳이 별 것도 아닌 투정과 신세한탄을 늘어놓는 곳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꾸역꾸역 뭔가를 끄적이는 것이 영 맘에 들지는 않지만,
나에게도,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도 조금 너그러워질 수 있을 것 같아서 다행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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