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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6/20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
매번 오는 길인데, 오늘 밤은 왠지 아주 아주 오랜만에 집에 돌아온 듯한 기분.
옛날 노트북들 자료에서 발견한 옛노래 중 김성호의 회상을 들으며, 반갑고 서글픈 마음에 노래를 흥얼거리며 내린 버스정류장이
아주 오랜만에 들른 나를 조용히 반겨주는 것 같은 그런 기분.

잠에서 현실로 옮겨지는, 잠에서 스르륵하고 자동문이 밀리듯 깨어나는 그 순간에. 퍼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 아직도 그의 근황과 일상을 궁금해하고 있구나.
그리고 동시에 이제 이 궁금함조차 '오바'라는 사실, 그리고 약간의 민망함.

예전에는 미처 보지 못했던 혹은 알면서도 애써 못 본 체했던, 보고 싶지 않았던 어떤 모습 - 그 역시 그의 일부일텐데,
그 모습 때문에 한 사람을 완전히 부정하지는 말자, 고 헤어진 후 나를 다독였다.
그리고 그가 처한 상황, 납득할 수는 없지만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은 그의 마음을 헤아리고, 너무 미워하지는 말자고도 생각했다.
무책임과 비겁함 대신, 그저 인연이라거나 팔자라는 것으로 이 모든 걸 설명하는 것이 몹시도 억울했지만,
나 역시도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대강 받아들이고, 얼추 내 자신을 위로하면서 그럭저럭 아무 것도 아닌 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런데 정작 지금은,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가 누구인지 잘 모르겠다. 어떤 점들이 좋았고, 어떤 점들이 싫었었는지,
어떤 면에서 서로에게 도움이 되었고, 잘 통했었는지, 어떤 점에서 자꾸 엇나가고 부딪쳤었는지, 잘 모르겠다.
그러니까... 구체적인 것은 하나도 없고, 그냥 모든 것이 막연하고 막막하다.
꼭 실체가 없는 뭔가를 한참이나 붙들고 있다가, 마치 실체가 있었던 뭔가를 놓친 것처럼 아쉬워하는 것 같은.
실은, 지난 5년의 시간이 그렇지 않았을까?
내가 그토록 잘 알고 있다고 자신했던 어떤 사람에 대해, 실은 나는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세상에서 제일 가깝다고 느꼈던 어떤 사람이, 실은 그저 그렇고 그런 저만치 어디쯤에 있었던 건 아닐까?

중학교 단짝 친구였던 명오와 헤어져,
서로 멀리 떨어진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아는 친구들을 통해 건너 건너 쪽지만 주고 받으며 지내다가 몇 달만에 한번씩 그녀를 만나면,
쪽지와 편지 속에서는 둘도 없는 친구였던 그녀가 어찌나 멀게 느껴졌던지. 막상 내 앞에 서 있던 그녀는 얼마나 초라했는지...
지금 기분,  십년도 훨씬 넘은 그 때와 비슷한 건가?

그러니 얼굴 맞대고 만나 이야기 나누고, 만나고, 끊임없이 뭔가를 주고 받고(혹은 주고 받는다고 믿고) 하는 과정이 없이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란 이토록 금세 허물어지는 하찮은 것인가?
머릿속 생각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가족, 친구들, 내가 아끼고 좋아하는 사람들은 과연?
나는 그들을 정말 알고 있는지? 우린 정말 뭔가를 주고 받고 있는건지?

그러지 말자고 수없이 되뇌었건만,
사람들의 유형을 (싹둑싹둑 가위로 종이 자르듯) 나누고, 당신은 어떤 유형이군요, 불쑥 단정하는 일이 잦아졌다.
그것도 고작 겨우 몇 뼘의 좁은 인간 관계와 경험치를 바탕으로, 무턱대고 잘난 척하면서.
내가 쉽게 다른 사람들을 단정짓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어떤 고정된 사람'으로 단정지어지고 싶지 않은 것처럼, 다른 사람에게도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받은 상처와 경험치를 전부라고 생각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그 상처를 잣대로 들이대고, 일반화지 않았으면.

오늘 센터에서 하종강씨의 강연을 들었다.
교회 목사님(역시 실제로 집사님이었다!) 같은 분위기는 내심 맘에 들지 않았으나(난 까칠하니까!),
그의 설득력있는 목소리와 호소력 있는 어투는 긍정적인 신념이 있는 사람에게서만 나오는 것이라는 생각.
무조건 모든 걸 낙관할 수는 없지만, 긍정하는 힘, 그리고 자기가 믿는 것을 끊임없이 의심하되,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게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힘은 분명 부럽다.
내 유전자에는 불평등에 저항하는 힘이 포함되어 있을까?
그럭저럭 대충 대충 살다 가지 않을 수 있는, 아니 그렇게 살지 않겠다는 의지가 조금이라도 들어있을까?

이런 저런 생각들은 많은데, 그저 꽁하고 지낸 2주.

* 김성호의 회상은 용량 문제로 업로드 불가. 대신 윤종의 이별연습. 그러나 인순이의 원곡이 훨씬 좋은데...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