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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5/14 두번째 '바람흔적미술관'
  2. 2007/07/01 지리산에서, 스물 두살 (4)

남해에 있는 두번째 바람흔적미술관. 사진은 혜정!
남해로 내려가는 아침, 꿈을 꾸었다.
꿈속의 나는 나의 팔을 잡아끄는 손길 때문에 여행을 미뤄야 하는 곤궁한 처지였지만,
꿈에서 깨어나서는 그 웃음이 잊혀지지 않아서 슬며시 웃었다. 어쩌면 안도의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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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동안 6월이 빨리 지나가길 빌었다. 이상하게 모든 것에 의욕도 없고, 유난이 온 몸에 기운이 없던 한 달.
엄마가 황기를 잔뜩 넣어 삼계탕을 끓여주었지만, 먹고 또 먹어도 몸은 계속 축 늘어지기만 했던 한 달.
이제 한창 극성을 부릴 두 달의 여름을 생각하면 끔찍하지만, 막상 9월이 온다고 생각하면 막막하다.
어쩐지 너무 많은 것을 두고 성큼 나만 가을로 접어드는 것 같아서, 모든 것을 너무 빨리 잊고, 버리고, 혹은 뒤에 남겨두고,
나만 성큼 성큼  다른 시간의 세계로 접어드는 것 같아서, 실은  시간이 가는 것이 두렵기도.

워크숍 출장을 핑계 삼아 다녀온 진주.
지지난 겨울 한번씩 다녀왔던 곳임에도 처음 가보는 것처럼 느껴졌던 지리산과 남해.
시간이 멈춰서 있는 듯한 곳들.

워크숍 마치고 뒤풀이에서 누군가 스물 두살의 일을 기억해냈고,
모두들 앉기만 하면 술술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술술 의자'에 앉아 자신의 스물 두살을 토해냈다.
누구는 영국에서, 그리고 또 어떤 이는 군대에서 보낸 스물 두 살.
누구는 헤어졌던 사람을 다시 만났고, 누구는 여자친구를 차버린 것을 후회하고.
그 '술술 의자'에 앉아서, 사람들은 스물 두 살의 자기에게 말을 걸고, 이제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털어놓았다.

그리고 나는...
지나간 시간들이 정말이지 잊혀지거나 희미해지는 것이라기보다는,
정말 저 어딘가 깊숙한 곳에 그저 오랫동안 봉인된 채로, 침묵을 강요당한 채로 존재하는 것이지
결코 사라지는 것이 아니구나, 를 다시 한번 절감.
그 때의 내가 무엇을 했고, 어떤 하루 하루를 보냈는지, 어떤 머리 스타일을 하고 있었고,
또 무슨 옷을 즐겨 입었는지, 즐겨 듣는 음악은 무엇이고, 감동받은 영화는 어떤 것들인지,는 사실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처음부터 그런건 기억에 담아두지 않았는지도.)
꽤 오랫동안 잊고 있었고, 극복해왔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사람들이 스물 둘의 기억을 끄집어내자,
그 사람들의 기억이 자꾸 나의 스물 둘을 환기시키자, 나는 목이 메이고,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아서 힘들었다.

실은 지금의 내가, 앞으로의 내가 걱정스럽기도 했다.
이렇게 아무렇지 않은 척 지내고 있지만, 다 훌훌 털어버리고 잘 지내고 있다고 믿고 있지만,
또 어느 순간 봇물 터지듯 밀치고 올라오지 않을까? 그럼, 그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모두들 '괜찮다'고 말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모든게 괜찮아진다고 말하지만,
모두가, 모든 것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걸, 생각만큼 모든 것이 간단하지도, 단순하지도 않다는 걸.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사람이, 아니 모두가 가슴에 그런 것 두 세가지는 묻어두고 살고 있지 않은가!)

* 남해 다랭이마을(아, 사진 찍은 사람에게 허락 안 받고 올렸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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