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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자의 봄

珈琲時光 2008/03/13 11:00
   
광화문에 거의 도착해서야 '아, 내려야지'라고 생각한다.
허둥지둥 버스에서 내리면서 '정말 내리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건 처음이다.
정류장에서 사무실까지 가는 5분여의 시간 동안 최대한 명랑한 음악으로 다독여보지만...
달자씨에게 봄이 왔나보다.

지금이 딱 스물여섯이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보다는,
지금 하고 있는 일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일들, 말도 안 되는 욕심과 꿈에 대한 이야기가 좋다.

점심 먹고 햇빛 쬐며, 담배도 한 대 피워물고 경내언니와 나눈 이런 저런 이야기들.

삶의 활력소가 없는 건, 무얼 해도 재미가 없는 건, 그저 나이들어가기 때문이 아닐텐데
너무 쉽게 그 이유를 온전히 나이 탓으로 돌린다.
아마도 그 이유를 찾아내는 것이 무지 귀찮은 일이기 때문이겠지.

사람들 속에서 쾌활함과 용기를 얻는 건 참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얼마나 주위 사람들에게 활력과 쾌활함을 주었나 물어본다.
내가 쾌활해지고, 불가능한 일들을 꿈꾸며, 동경만 해왔던 일들을 해보는 것이
어쩌면 내가 아끼는 사람들에게 쾌활함을 주는 일.

며칠 동안 여기저기 남아있는 것들을 DELETE했다.
내가 참으로 잔인했구나, 싶은 순간들이 있었지만
그 뒤에는 차마 '불행하다'고 하지 못하고 그저 '행복하지 않다'고 했던 길고 긴 시간들이 있었다.
시간의 흔적들을 DELETE한다고 해서, 기억마저 DELETE되는 것은 아니므로
앞으로도 계속 나의 잔인함을 후회하고 반성하겠지만.
'후회해도 소용없어'라고 생각하는 대신,
'더 여유로워져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런 상처를 주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김샘의 말대로 나이 먹는 것을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나이만 먹는 것을 두려워할 일이다.

"사는 게 다 그런거지"로 끝나버리는 대화에서 벗어나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