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교육'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08/03/06 헤어짐을 짓는다 (4)
  2. 2008/01/29 다시 감기몸살 (2)


드디어 몇 달간 붙들고 있던 보고서 작업을 마무리했다.
지난 3년 동안 했던 일들을 모처럼 '연구보고서'라는 이름으로 정리하기 위해
들추어보았던 보고서와 논문들 하나하나에
소소한 기억이 묻어있고, 흔적들이 남아있더라.

참 많은 시간이 흘렀고, 나는 아직도 '이론적 실천'에 익숙해지지 못했으며,
그래서 자꾸만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라"던 심샘의 말씀이 귓가를 맴돌지만...
일주일 내내 머리도 비우고, 마음도 비우고, 그저 멍하니 지냈다.
이제 다시 논문 모드로 전환해야 하는데...T.T

"제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헤어짐을 이별(離別)이라 하고, 제 힘으로 힘껏 갈라서는 헤어짐을 작별(作別)이라 한다. 이별은 '겪는' 것이고 작별은 '하는' 것이다. 전자는 감상과 통속에 더러 곁을 내주곤 하지만 후자는 그렇지 않다. 작별은 인정이고, 선택이고, 결단이기 때문이다. 헤어짐을 '짓는' 일이다. 작별의 안간힘과 준엄함을 노래할 때 그의 시는 가장 아름다워진다. 그는 헤어짐을 지으면서 시를 짓는다."

- 신형철, '이렇게 헤어짐을 짓는다', 이병률 시집 <바람의 사생활> 해설 중



이론과 활동의 간극(혹은 외로움)을 기꺼이 즐기고, 조금은 뻔뻔해져도 좋다는 자신감을 준 심샘,
반짝이는 눈 내리던 저녁 함께 헤어짐을 '짓는' 법을 허심탄회하게 나누었던 호창이,
새학기(!)를 맞아 깜짝선물세트로 나의 맘을 다독여준 유진언니(언니 때문에 가슴이 먹먹했다오!).

그리고 <미디어교육 새로운 실천 2>의 마지막에 실을 필자후기!
5년여의 활동을 접고 이곳을 떠나는 교훈을 위해,
늘 툴툴대고 싸우면서도 그럭저럭 좋은 팀웍(?)을 과시하고 있는 하하아저씨와 나에게.
이 모두가 작별의 과정!

* 햄톨
미디액트에서의 3년의 경험, 질문과 느낌을 정리해보자는 단순한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생각만큼 간단한 일은 아니었다. 명료하거나 명쾌하다고 생각했던 미디어교육의 고민과 의견들을 막상 글로 옮기려고 하니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속시원한 해답과 손끝에 닿을 것 같은 구체적인 결론을 내리고 싶었는데, 해결되지 않은 질문과 무겁고 막중한 과제들로만 채운 보고서가 되었다. 그러니까 지금부터는 이 질문들로부터, 이 질문들에서 다시 출발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교육 현장에서의 실천에는 연구와 글쓰기, 경험을 기록하는 것이 포함되어야 하며, 이를 함께 활동하는 교사와 동료들과 나누고 토론하는 것이 좀 더 일상적인 일이 되어야 함을 절감한 시간이었다.

* 하하아저씨
2002년 미디액트가 생겨나면서 미디어교육에 본격적으로 참여했다. 이리 저리 기웃거리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교육 하나 하나에 깊은 사색과 토론, 책읽기에 주력했었다. 늘 함께 있었던 사람들이 있기에 가능했었다. 인간(人間)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여서 관계의 존재라고 한다. 다큐멘터리에 주목했고, 교육에 관심을 두었고, 미디어교육을 해오고 있다. 지금 다시 떠오르는 것은 ‘관계’이자 ‘대화’이다. 옆에 사람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미디어교육은 나를 가르쳐주고 존재감을 느끼게 해주는 좋은 스승인 것 같다. 앞으로도 그 스승과 늘 함께 있고 싶다.

* 교훈
언제나 나는 하고 싶은 교육이 많았다. 지금도 그렇다. 실패도 실수도 많았으며 힘들 때도 많았다. 하지만 사람들과의 소중한 만남을 가질 수 있었으며 그 안에서 삶의 즐거움과 교육의 재미를 느꼈다. 그랬더니 어느덧 5년의 시간이 흘렀다.   
미디액트에서의 5년 활동을 정리하려니 쉽지 않았다. 5년 전의 기억을 더듬어야 했으며 나의 교육실천을 반성하면서 써야 했던 것이다. 처음에는 겁부터 났다.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결국에는 계속 드는 ‘꾀'(글쓰기 너무 어려워!)’ 때문에 함께 했던 사람들과의 경험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한 부족함이 있지만, 5년의 소중한 만남의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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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센터에 일본사람들이 방문한다.
주로 소장님이나 사무국장님을 만나 강의를 듣거나, 인터뷰를 하는데
최근에 온 몇 팀은 노동미디어에 관심이 많아, 미디어교육실에서 하는 사업들에 대해 듣고 싶어한다. 특히 이랜드 여성노조나 비정규직 노조 같은 노동자 미디어교육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많다. 오늘 오신 분들 중 통역을 맡으신 분이 우리 홈페이지에 실린 내 프로필을 동료들에게 일본어로 번역해서 전달하셨다. 몇 분들이 소리내어 웃는데, 나는 내가 뭐라고 썼는지 기억나질 않아 부끄러워하다가, 집에 돌아와 홈페이지를 열어본다.

대학교 강의실에서 지.리.멸.렬한 교육학 강의를 듣고,
간신히 따낸 교사자격증을 폐기처분하면서
다시는 '교육' 주변엔 얼씬거리지도 않겠다고 마음을 불살랐었는데.
그런데, 그런데 미디어'교육'이라니!?!

하지만, 내가 혹은 우리가 바라는 미디어교육은
사람들이 이미지, 소리만으로도 자신이 갖고 있는 고유한 그 무엇을 드러낼 때,
그래서 주눅들지 않고, 자신있게 사람들 앞에 나설 때,
살맛난다고, 내 집을 찾은 것 같다고 느낄 때,
그동안 꿈도 꾸지 못했던 것들을 상상하게 될 때,

아, 뭔가 통한다고 느낄 때,
그래서 나도, 다른 사람도, 세상도 바꾸어야겠다고 맘먹은 때

이런 소통의 순간을 꿈꾸는 것!

이걸 쓸 당시에도 그랬고, 지금도 여전히 그렇게 쑥스럽지만,
그러나 내가 그냥 '교육'이 아닌 '미디어교육'을 한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다.
'미디어교육'은 내가 학교에서 지리멸렬하게 배웠던 그 '교육'과 다르며,
누가 누구를 가르쳐야 하는 것도, 그래서 누군가 힘을 주거나 준비된 사람이 아니어도 좋다.
그냥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자세가 되어 있다면,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으면
그걸로 족한 것이 아닐까?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것 역시 이와 비슷한 경험이 아닐까?)
오늘 교육에서 영진샘이 만든 영상물을 보다가 또 눈물을 흘렸다.
볼 때마다 울컥 저 아래에서 올라오는 무엇이 있다는 게 신기하다.  

일본 사람들 앞이든, 아주 가끔이지만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사람들에게 말할 때,
진심으로 즐겁고, 기쁜 일이라고 말할 수 있어서, 그러니 함께 하자고 말할 수 있어서,
교육을 통해 만난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
지난 주 중반부터 심한 감기몸살을 앓았다. 4일 내내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있어야했다.
몸이 약해지고, 무거운 이불에 눌려 땀에 흠뻑 젖어 새벽에 깨어나면 두렵고, 무서운 생각들이 몰려와 연약한 눈물을 쏟아냈다. 살면서 가장 어둡고, 음울하고, 무서웠던 순간들이 기억 속에서 살아나 나를 괴롭혔다. 커다란 집에서 혼자 깨어났던 어떤 오후의 기억, 검은 망망대해 속에 혼자만 덩그러니 남겨진 것 같았던 어느 날 밤, 다시는 일어설 수 없을 것 같았던 절망스러웠던 한 때와 숨쉬는 것 조차 힘겨웠던 흔들리는 밤버스, 그가 헤어지자고 했던 그래서 가슴이 없어진 것처럼 아프고 먹먹했던 날들의 기억까지도. 내가 지나온 어두웠던 순간들이 온전하게 살아나 한순간에 달려들었다.

아프지 말아야지, 다짐했다.
마음이 더 단단해지고, 튼튼해지기 전까지는 아프지 말아야지.
그래서 좀처럼 기도에는 포함하지 않았던 나의 건강을 기도에 포함시켰다.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몸도, 마음도.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당신도, 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