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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6/15 "겨우 이것뿐인가" (2)

"겨우 이것뿐인가"라고 질문하고 새로운 세계를 찾아 여행할 권리

"그리고 내 인생은 완전히 바뀌어버렸지."
우아. 정말 대단하다고 나는 생각했다. 마리화나를 피우고 완전히 바뀐 후사꼬 할머니의 인생이 아니라, "그리고 내 인생은 완전히 바뀌어버렸지"라는, 그 말 말이다. 언제부터인가, 아마도 소설가가 되고 나서부터였겠지만, 나는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뭔가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절대적으로 좋아하게 됐다.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가 되고 싶다는 말은 내게 되려 자기 자신이 되고 싶다는 말처럼 들린다. 한번만이라도 그런 존재가 될 수 있다면, 내 인생도 완전히 바뀌어버릴 것이다. 아아, 나도 후사꼬 할머니처럼 말할 수 있다면.
- 김연수, <여행할 권리> 중


무모한 자신감, 막무가내인 열정, 뾰족한 감수성, 따스한 까칠함, 웃음. 반짝반짝.

모락모락 내가 생각해도 옹졸하고 치졸한 질투심이 기어올라올 때가 있다.
종종 이것들은 열등감을 동반한다.
악몽에서 깨어난 요며칠 동안, 나의 옹졸함과 악몽의 근원에 대해 곰곰이 생각했다.
생기를 잃지 않으며, 윤이 나게 반짝 반짝 살고 싶다는 욕심은
대부분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와 열등감 속에 곤두박질친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내가 낼 수 있는 속도를 정확히(?) 알고 있다.
그리고 이리 저리 두리번대는 산만한 호기심과 유약한 마음, 그리고 적당한 게으름을 즐긴다는 것도. 그러므로 이건 아무리 다른 사람의 부지런함과 무모한 자신감을 부러워한다고 해도, 내가 가진 적당한 게으름과 산만한 호기심과 유약함을 포기할 마음이 없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갖지 못한 것, 내가 가진 것을 포기하지 않는 한 절대 얻을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는 자꾸 화가 난다. 그럴 때면 그/녀들은 반짝반짝하는데, 나는 한없이 작고 초라한 것만 같다. 그/녀들은 제마다 선명한 색깔을 갖고 있는데, 나 혼자만 흑백인 것 같다.
나의 삶의 방식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 타인의 삶의 방식을 인정하는 것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일이어서 둘 중 하나만 가능한 일은 있을 수 없다.
"그리고 내 인생은 완전히 바뀌어버렸지" 그런 존재가 될 수 있다면, 아니 그런 믿음이 있다면
지금보다는 좀더 너그러워질 수 있을텐데.
자꾸 힘들어지는 건, 많은 시간을 혼자 허비하고, 마음이 자꾸 허기지는 건 그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뭘 어떻게 하면 좋을까?'  
.....    

'모르겠다'

무언가를/무엇이든 시간이 해결해줄 수 있다면 시간이 성큼성큼 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는 그 시간들보다 더 성큼성큼 갔으면 좋겠다.

이 동네는 사람들이 잠 일찍 잠든다고 투덜댔는데...
이젠 투덜대는 대신 어둠에 익숙해졌다.
밤바람이 시원한 6월!


p.s. 기잉과 모리의 열화같은 성원(??)에 힘입은 모처럼의 공개 포스팅이었지만...
     역시 꽁한 포스팅!
     뭐 어쩌겠는가. 내가 그런 인간인 것을..... 흐흑
    그래도 몇 주간의 꽁함을 딛고 '먼저 손 내미는 법' 연습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