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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9/03 성큼 9월, 벌써 1년 (3)

정말 성큼 9월.
일주일 후면 동생이 미국으로 떠나는 탓에, 몇 개월 함께 다니던 아침 수영을 다시 혼자 다니게 되었다.
집을 나서 모처럼 숲길을 따라서 수영장에 가는데, 파아란 하늘과 서늘한 아침 공기 덕에 혼자 가는 길이 조금 덜 쓸쓸했다.
워크숍 다녀오고, 사무실 MT 다녀오고, 사회운동포럼 막바지 회의들에, 또 간간이 이어지던 술자리에
여기 저기 치이고, 지치고, 가끔은 전투적이 되고, 저만치 내동댕이쳐지고...
몸과 마음, 모두 힘들고 지친다. 딱 내 키만한 길이의 푹신한 소파에 풀썩 쓰러지고 싶은.

어제 집에 돌아와 저녁 먹고 침대에 배를 깔고 누워 있으면서, 정말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

전날 먹은 술 때문에 푸석푸석한 몸을 이끌고 회의하러 가는 버스 안에서, 문득
"너 괜찮니?" 물었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울컥 쏟아져서 조금 놀랐다.
내가 묻거나, 혹은 누군가 괜찮냐고 물으면, 혹 힘내라고 하면
아무렇지도 않다고, 괜찮다고 자신있게 말했는데, 어제 아침에는 그런 내가 내게 정말 묻고 싶었다.
"너 정말, 정말 괜찮은거니?"

강해진 것인지, 무뎌진 것인지, 마음이 푸석푸석해진 것인지, 무뚝뚝해진 것인지, 아님 전부 다 잊어버린건지,
나도 잘 모르겠다. 가끔은 그게 뭐든 무슨 대수냐고 귀찮아하는 나를 발견한다.
그래도 마음은 아프다. 맘놓고 엉엉 슬퍼하지도 못할 거면서, 또 그러지 못한 내가 영영 이렇게 푸석거리며 살까봐,
무뎌지고 둔해져서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할까봐 두렵고 불안해하는 내가.
그 사이에서 전전긍긍하는 내 모습 때문에 아프다.

그와 헤어지면서 내 자신에게 다짐했던 게 두 가지였는데,
내 자신에 대한 연민은 버리라는 것, 내 자신을 스스로 불쌍히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 하나와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 때문에 지금의 헤어짐을 더 과대평가하지는 말자는 것 하나.
그러고 나니 막상 내게 남는 슬픔이 3분의 1로 줄어드는 것 같았고,
어쩌면 그래서 더 성큼 성큼 슬픔에서 걸어나올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여전히 '살아나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이 크다는 것을,
그러니까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의 많은 부분은 조금 덜 불안하고, 조금 더 안정된 어떤 삶을 기대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고 나서도
그런 어리석음과 두려움, 연민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는 건 쉽지 않다.
어쩌면 영영, 평생 그렇게 이것들과 싸우며 살아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2주 정도 그런 내가 자신없고, 두려워서 이리 저리 망설였는데, 지금은 그조차 툭툭 털어버릴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강해지더라도, 다른 사람들의 연약함을 내 것처럼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나의 연약함이 다른 사람에 대한 무기가 되지는 않았으면 좋겠고,
마음이 푸석거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무뎌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너무 쉽게 단정짓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