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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1/29 다시 감기몸살 (2)

가끔 센터에 일본사람들이 방문한다.
주로 소장님이나 사무국장님을 만나 강의를 듣거나, 인터뷰를 하는데
최근에 온 몇 팀은 노동미디어에 관심이 많아, 미디어교육실에서 하는 사업들에 대해 듣고 싶어한다. 특히 이랜드 여성노조나 비정규직 노조 같은 노동자 미디어교육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많다. 오늘 오신 분들 중 통역을 맡으신 분이 우리 홈페이지에 실린 내 프로필을 동료들에게 일본어로 번역해서 전달하셨다. 몇 분들이 소리내어 웃는데, 나는 내가 뭐라고 썼는지 기억나질 않아 부끄러워하다가, 집에 돌아와 홈페이지를 열어본다.

대학교 강의실에서 지.리.멸.렬한 교육학 강의를 듣고,
간신히 따낸 교사자격증을 폐기처분하면서
다시는 '교육' 주변엔 얼씬거리지도 않겠다고 마음을 불살랐었는데.
그런데, 그런데 미디어'교육'이라니!?!

하지만, 내가 혹은 우리가 바라는 미디어교육은
사람들이 이미지, 소리만으로도 자신이 갖고 있는 고유한 그 무엇을 드러낼 때,
그래서 주눅들지 않고, 자신있게 사람들 앞에 나설 때,
살맛난다고, 내 집을 찾은 것 같다고 느낄 때,
그동안 꿈도 꾸지 못했던 것들을 상상하게 될 때,

아, 뭔가 통한다고 느낄 때,
그래서 나도, 다른 사람도, 세상도 바꾸어야겠다고 맘먹은 때

이런 소통의 순간을 꿈꾸는 것!

이걸 쓸 당시에도 그랬고, 지금도 여전히 그렇게 쑥스럽지만,
그러나 내가 그냥 '교육'이 아닌 '미디어교육'을 한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다.
'미디어교육'은 내가 학교에서 지리멸렬하게 배웠던 그 '교육'과 다르며,
누가 누구를 가르쳐야 하는 것도, 그래서 누군가 힘을 주거나 준비된 사람이 아니어도 좋다.
그냥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자세가 되어 있다면,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으면
그걸로 족한 것이 아닐까?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것 역시 이와 비슷한 경험이 아닐까?)
오늘 교육에서 영진샘이 만든 영상물을 보다가 또 눈물을 흘렸다.
볼 때마다 울컥 저 아래에서 올라오는 무엇이 있다는 게 신기하다.  

일본 사람들 앞이든, 아주 가끔이지만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사람들에게 말할 때,
진심으로 즐겁고, 기쁜 일이라고 말할 수 있어서, 그러니 함께 하자고 말할 수 있어서,
교육을 통해 만난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
지난 주 중반부터 심한 감기몸살을 앓았다. 4일 내내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있어야했다.
몸이 약해지고, 무거운 이불에 눌려 땀에 흠뻑 젖어 새벽에 깨어나면 두렵고, 무서운 생각들이 몰려와 연약한 눈물을 쏟아냈다. 살면서 가장 어둡고, 음울하고, 무서웠던 순간들이 기억 속에서 살아나 나를 괴롭혔다. 커다란 집에서 혼자 깨어났던 어떤 오후의 기억, 검은 망망대해 속에 혼자만 덩그러니 남겨진 것 같았던 어느 날 밤, 다시는 일어설 수 없을 것 같았던 절망스러웠던 한 때와 숨쉬는 것 조차 힘겨웠던 흔들리는 밤버스, 그가 헤어지자고 했던 그래서 가슴이 없어진 것처럼 아프고 먹먹했던 날들의 기억까지도. 내가 지나온 어두웠던 순간들이 온전하게 살아나 한순간에 달려들었다.

아프지 말아야지, 다짐했다.
마음이 더 단단해지고, 튼튼해지기 전까지는 아프지 말아야지.
그래서 좀처럼 기도에는 포함하지 않았던 나의 건강을 기도에 포함시켰다.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몸도, 마음도.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당신도, 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