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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글라바

珈琲時光 2007/03/12 00:18
* 밍글라바 : 버마어로 "안녕하세요"

인도네시아에서 이주노동자로 와서, 지금은 정보통신활동가로 일하는 "해리"가 고심해 지은 노래 제목이
"흔들리는 갈대"이다.
한강에서 인도네시아의 가족, 엄마, 친구들, 좋아하는 사람을 그리면서 지은 정말 슬픈 노래인데,
그런데 제목이 "흔들리는 갈대"인 것이다.
결국! 주위 사람들에게 노래 제목이 가사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심각하게 제목을 고민 중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갈대, 그것도 '흔들리는 갈대'가 한국에서는 그다지 좋은 의미로 쓰이지 않는다는 것을 쉽사리 이해하지 못하는
그에게,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오늘은 부천에 있는 버마 사원에 다녀왔다.
작년에 갔었던 이태원의 이슬람 사원을 떠올렸던 내게 버마 사원은 참 초라하고 작았다.
부평 역 근처, 모텔들이 즐비한 골목들에 위치한 낡은 건물 3층에 버마사원이 있었다.
정면에는 절을 올리는 상이 있고, 나머지 공간에는 컴퓨터 열 대 정도에 사람들이 붙어 앉아 웹 교육을 받고 있었다.
바닥은 차갑고, 추웠지만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며, 이야기를 나누거나 컴퓨터 공부를 하고 있었다.
주변에 단속이 떴다는 이야기에 조금은 움츠러 있었던 사람들을 지나쳐 앞으로 시작하게 될 미디어교육에 대한 회의를 시작했다.
나이든 아저씨부터 젊은 청년까지,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한국말을 알아듣기는 하지만,
버마어로 자신들의 의견을 나누는 사람들의 눈이 초롱초롱했다.
좀처럼 전문적인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겠지만, 전문적인 영상 편집기술과 촬영 기술, 홈페이지 제작교육,
뭐든 빨리 시작할 수 있다면 배우고 싶다고 통역을 맡은 분이 조심스럽게 그러나 열정적인 표정으로 사람들의 의견을 전했다.
한 시간 정도의 회의를 마치고, 버마 음식점에 갔다.
노래방과 식당을 겸하고 있는 곳에서 (참이슬과 함께) 처음으로 버마 음식들을 맛볼 수 있었다.
MWTV에서 활동하는 뚜라씨는 오랜만에 버마 친구들을 만나 너무 기분이 좋다며, 평소에는 잘 마시지 않던 술을 마셨다.
어쩐지 귀에 익은 버마의 오래된 노래와 담배 연기, 그리고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는, 그러나 그들의 열기와 진정성, 유머가 느껴지는
낯선 언어들 속에서, 뭐랄까. 나의 기분도 들떴다. 모처럼, '살아있는 사람들'을 만난 듯한 기분, '살아있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는 기분
(실은 그들 이야기를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으면서).
지금은 연락이 끊겼지만, 오산에서 만났던 네팔인 쿠말과 작년에 만난 인도네시아 친구 해리, 그리고 다시 새롭게 만나게 될 버마 사람들.
어디에서건 공동체를 형성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찾아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조금은 마음이 아프고
(이주노동자에 대한
한국사회의 차별과 멸시, 비인간적 대우와 무차별적인 강제 추방), 또 한편으로는 따스해졌다. 어디서든, 어떤 상황에서든,
어느 순간에든 살아있다는 것, 그럴 수 있다는 것이, 그런 사람들을 만나서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 조금은 감격스러웠다.
앞으로, 잘 해낼 수 있을까? 그들의 초롱초롱한 눈빛과 진지한 대화를 잊지 말아야지.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주 작지만, 사람들의 열정이 모이면 분명 뭔가 되어질 것이다.
내가 살아있다는 것이 느껴져서 기분이 좋아졌다. 술기운일까?

p.s. 버마에서 시인이라는, 가족이 그립다고 엄청 슬픈 노래를 불렀던, 눈이 빨갛던 아저씨가
버마어를 배울 수 있는 책을 사주기로 약속하셨다. 버마 사람들 틈에서 꿋꿋이 한국말을 고집하는 건 오만한 일이다.
버마어의 ABC, 가나다라도 배워야지...^^;;;

뚜라의 글 "북쪽 섬에서 나를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