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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2/25 태양의 한 조각
   
방의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 , 즉 방에 속한 빛은 대단한 것이다. 태양은 방이 만들어지기까지는 그 빛이 얼마나 멋진가를 깨닫지 못한다. 방을 만드는 것, 즉 인간의 창조물에 기적이 결여되어 있으면,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단순하게 생각해 보자. 인간은 태양의 한 조각을 요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루이스 칸]
- 태양의 한 조각("세상도 썩고 돼지도 썩었다" 블로그) 중에서


태양의 한 조각을 요구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걸,
이사갈 집을 알아보기 위해 돌아다니면서 얼마전 우연히 한 블로그에서 본 글이 떠올랐다.
그러니까 이제 봄기운이 느껴지고, 따스한 봄햇살을 맘껏 만끽하고 싶지만,
요구할 수 있는 태양의 한 조각은  내가 가진 돈에 비례한다.

엄마가 해주는 밥을 먹고 엄마가 빨아준 양말을 신는 것이 편치 않아서,
나만의 화분을 키우고, 빈 집에서 음악을 크게 틀어놓은 채 멍하니 있고 싶어서,
잠에서 깨어나서도 머뭇거리지 않고 싶어서,
그래서 빨리 이사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는데...
언제나 그렇듯 현실은 암담하고, 생활이란 고된 것.

나만의 식물을 키우고, 나만의 화분에 물을 주고,
나만의 책을 가지런히 정리하고, 나만의 시간에 보고 싶은 책을 꺼내어 읽고,
나만의 공간을 갖고 싶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끝도 없이 욕심이 뻗어간다. 가지를 친다.
어딘가로 짐 하나만 달랑 싸서 떠나야 한다면 그 때는 어떻게 하지?
그걸 생각하니 나만의 것에 대한 애착과 욕심이 걱정스럽고 두려웠다.
욕심의 질긴 고리를 끊어내려면 이 악순환에서 탈주하는 수밖에 없고,
그러기 위해서는 마음을 가볍게 하는 수밖에 없다, 고 마음먹었으나....

"당신은 행복하다고 느끼나요?" 장 루슈의 <어느 여름의 연대기>에서 질문을 던지는 순간
그 질문은 나에게로 돌아와 좀처럼 영화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가난하지만 일해서 번 약간의 돈으로 삶을 풍요롭게 해줄 레코드와 책을 산다는
어느 예술가 커플의 레코드판이 느릿느릿 하지만 묵직하고 웅장하게 원을 그리며 돌기 시작할 때
내게도 그 한 사람 한 사람이 느끼는 생의 묵직함이 전해져서,
삶의 무게와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신경질적인 긴장감이 느껴져서
자꾸만 도망쳐버리고 싶었다.

누구도 이 삶을 당해낼 재간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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