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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1/18 우연이 원한다면 (2)

출장으로 2주동안 한국에 들어왔던 연진이가 미국으로 돌아갔다.
함께 이주노동자 미디어교육을 했던 해리는 지금쯤 인도네시아행 비행기에 올랐을 것이다.

날이 쌀쌀해지는만큼, 나의 마음이 좀더 너그럽고, 여유있고, 그래서 다른 이들에 대해 따스하면 좋겠으나,
점점 더 인색해지고, 냉정해지는 내 자신을 본다.
지금은 신경써야 할 일들이, 써야 할 기획서와 제안서와 원고들이 쌓여있어서 그런 것이라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기엔 내 머릿속이 너무 복잡하다고, 
변명 아닌 변명을 해보지만, 스스로에게 궁색하긴 마찬가지이다.

한편으로는, 사람들에 대해 조금씩 포기하고 마음을 접어가는 내 자신을 발견하기도.
많은 일은 사람을 피폐하게 만든다.
사람들이 자꾸 냉정해지는 건 그 때문일 거라고, 그러니 그 사람들의 잘못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우연이 원한다면'
"나는 그 말, '우연이 원한다면'이라는 말을 무척 좋아한다'라고 쓴 커트 보네거트의 글을 읽는 순간,
나도 이 말을 무척 좋아하게 되었다.
'우연이 원한다면'
지금은 그저 그런 우연을 기다리거나, 우연에 내맡기면서 나를 쓰다듬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