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하루 종일 집에 있는 날, 점심을 한참 넘겨서까지 잤고 꿈을 꾸었다.
늦게까지 잠을 잔 덕에 꿈을 꾸었으나, 꿈 때문에 이불 속에서 한참을 더 밍기적거렸다.
버스를 탔다.
큰 도로가 아닌 작은 동네와 좁은 골목들, 오래된 집들의 마당과 집 안을 거쳐가는 이상한 버스.
마당에 널어말린 고추나 나물들 옆으로 지나가고, 장독대를 스쳐가고,
심지어는 마루와 부엌, 방들을 지나치는.
버스가 지나가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문을 열어야 하는.
방문을 열고, 마루의 커다랑 창을 열고.
문이 너무 작아서, 통로가 너무 비좁아서 버스가 들어가지 않으면 승객들이 모두 내려야한다. 그럼 버스 기사 아저씨가 버스를 종이처럼 착착 접어 창문을 통과한다.
그리고 난 후 우리는 다시 버스에 올라탄다.
어디에 앉으면 좋을까, 다시 올라탈 때마다 빈 자리들 앞에서 갈등한다.
목적지가 어디인지도 모르면서, 나는 직행버스를 탈 걸, 하는 생각만 한다.
몇 개의 문을 열고 닫고 열고 닫고서야 어딘가에 닿았으나, 그곳이 목적지는 아니었다.
바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뭔가 균형있게 느껴졌던 생활이 미세한 흔들림에 휘청인다.
아마도 뭔가를 해야 하고, 마무리를 해야 한다는 중압감 때문이겠지만
한번 휘청이기 시작하니 다시 중심을 잡기가 쉽지 않다.
'여유' 혹은 '고요함'이라고 느껴지던 어떤 균형이 깨지는 순간은 어디에서 오는걸까,
어디에서 다시 찾을 수 있는걸까.
연대니 발굴이니 네트워크 구축이니 지속성이니 마음에 없는 말들 혹은 마음이 닿지 않는 말들로 가득찬 계획서와 지원신청서를 잔뜩 쓰고서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지금 내가 무얼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마음이 담긴 언어를 생각해내는 것이 쉽지도 않고, 그 언어들을 담아야 할 그릇이 워낙에 정해져 있는 것들이기도 하기 때문이지만, 그래도 처음부터 시간이나 한계들을 핑계로 삼지는 않아야 하는데.
녀석에게 부치기로 한 편지는 3주가 넘게 가방 안쪽에 들어있고,
생일 축하 카드를 쓰겠다고 한 달 전에 사놓은 편지지는 아직 포장지도 뜯지 않은 상태.
이렇게 한 달이 간다. 또 한 해가 간다.
TAG Rachael Yamaga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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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단락이 이상하게 맘에 와 닿네. 언니랑 여유있게 수다떤 게 언제적일인지... 그야말로 일만 하는 요즘, 그냥 지나가며 킬킬대는 거 말고 진득하니 붙어 앉아 얘기하고 싶어요 흑
흑, 그러네... '사이애' 이후 우리의 수다가 단절된 듯.
이 놈의 교재만 털면, 진득하니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ㅋㅋ
아, 그런데 내년에도 이 사업이 쭉 이어질 계획 -_-
물론 그대들도 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