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해놓은 논문들을 정리하다가 종이에 또 손을 베었다.
매번 있는 일이지만, 매번 눈물이 쏙 날 만큼 날카로운 아픔이다.
얼렁뚱땅! (정말이지!) 6월이 되었고, 나는 벌써 9월, 10월이 성큼 다가온 것 같아 두렵기만 하다.
뜨거운 여름이 지나고 나면, 분명 지금과 뭔가 달라져있겠지 생각되다가도,
어쩐지 지금 이대로, 아무 것도 변하지 않고,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성큼 가을로 순간이동할 것 같은 막연한 두려움이라니.
사람들을 만나는 횟수를 줄였고(꼭 자의적이라 할 수는 없을지도....),
그만큼 술을 마시는 횟수도 줄었고,
센터에 늦게까지 남아 일을 하거나, 괜히 사무실에서 방황하는 일도 없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퇴근시간이 되면 집에 돌아오고, 책을 읽거나 논문준비를 하고, 일찍 잠을 자고, 일찍 눈을 뜬다.
아직은 아침 저녁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고, 가끔은 산책을 나가고, 소설도 읽고, 블로그에 올려진 누군가의 글(아니 삶)을 몰래 훔쳐보기도.
내가 무심코 쓰는 말투와 무심코 뱉은 농담들에,
갑자기 왕성해진 내 화분들의 생명력에,
그 사이에 잠깐 당신.
오며 가며 얼굴만 익은 사람들과의 건성건성한 대화들이 다시 나를 위축시키고,
나도 모르는 새 다시 마음이 복잡해져버렸고, 용기가 슬그머니 사라진 대신, 모든 것에 조금 자신이 없어졌다.
그래도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이 무의미하고, 재미없다고 느끼지는 말아야지.
그 시간들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삶, 그리고 그 삶의 단면들을 통해 언뜻언뜻 보일 지 모를 나의 삶,
그리고 '그들'의 삶을 느끼고 이해할 수 있다고 믿어야지.
* "그 사이에 잠깐 당신"은 박상수의 시 '후르츠 캔디 버스' 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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